“(코로나19 쇼크 이전인) 지난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데 똑같은 내용을 입법 예고하고, 건의는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거죠. 꼭 이래야 하는지….”(재계 관계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등이 가능한 친(親)노동법안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명분인데, 이미 20대 국회에서 논란 끝에 자동 폐기된 법안을 176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의 힘을 믿고 강행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개정안 그대로 다시 가져온 정부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계에서 ‘노사관계의 뇌관’으로 불린다. 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안에는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 허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타임오프제) 폐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 노사의 이해관계를 직접 건드리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5월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회 원안을 토대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노사의 반대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개정안 내용을 원안대로 재추진하기로 했다.
노사반대 여전한데 거여 믿고 밀어붙일까 |
구체적으로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권의 향상을 위한 것이지 사용자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경총 등 재계 단체는 실업자·해직자의 노조 가입은 강성노조의 활동을 부추기고 타임오프제의 폐지는 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 쇼크로 경영 최악인데 "왜 하필 지금..." 재계 볼멘소리 커져 |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재계가 고용위기와 관계없는 상황까지 주장해 진전이 없는데 혹 하나 떼자고 했더니 혹 하나 더 붙인 꼴”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사회적 대화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을 자꾸만 끌어들이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지적했다.
결국 21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돼도 통과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는 20대 국회 종료로 폐기된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달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변재현·윤홍우·허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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