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직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A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행정안전부의 원장 직위해제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행안부는 지난 2018년 국무조정실로부터 A씨의 뇌물수수 혐의 통보를 받았고, 울산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어 수사의뢰 다음날 A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 요건인 ‘감사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시점은 2018년 9월 6일로 직위해제 시점인 같은 해 9월4일보다 이틀이 늦다. 그는 2015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직무 관련 업체들로부터 총 26차례에 걸쳐 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수사 의뢰만으로 A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라 수사 개시 통보서에 기재된 수사 개시 일자에 비로소 수사가 개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직위 해제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A씨 사건처럼 소속 기관장이 소속 공무원의 비위를 적발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 수사의뢰 자체로 수사가 개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이 내부적으로 범죄 인지와 비슷한 절차를 거친 때 수사가 개시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