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따로 움직이는 ‘괴리(disconnect)’ 현상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큰 충격을 받는 반면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반등하고 있어 유동성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IMF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현재진행 중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이 향후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의 경제지표는 코로나19 등으로 예상보다 깊은 경기하강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사실상 무제한의 통화공급에 나선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실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3월 저점에서 35% 이상 상승했다. IMF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사라지면 실물경제와 시장의 괴리 현상이 위험자산의 가치에 또 다른 조정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며 “이는 경기회복에도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시장 가격과 펀더멘털에 기초한 밸류에이션(가치)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실제 가치보다 시장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시장의 심리 변화를 촉발할 요인으로는 코로나19 ‘2차 유행’과 각국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변화, 무역을 둘러싼 글로벌 긴장 재고조 등을 꼽았다. IMF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것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해온 가계부채와 결합해 금융시장에 취약점이 될 수 있고, 현재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또 다른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MF는 일부 채무자들이 높은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파산에서 빚어지는 손실이 일부 국가에서는 은행들의 회복능력을 시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유동성 위험에 대한 경고음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토비아스 에이드리언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이날 블로그에서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 등 광범위한 대응으로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면서도 풍부한 유동성에서 빚어지는 금융 취약성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제와 증시의 단절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이번 위기에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시장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매우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와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그 결과) 어느 정도 실물과 단절돼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현호기자 hh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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