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의붓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가방 속에 감금했다가 숨지게 해 공분을 산 천안의 한 계모의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학대 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 전담부(부장검사 이춘)는 지난 29일 의붓아들을 감금, 살해한 41세 여성 A씨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일 정오부터 저녁까지 동거남의 아들인 B(9)군을 중형 여행가방 안에 7시간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의붓아들 B군이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며 낮 12시쯤 B군을 가로 50㎝·세로 71.5㎝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3시간 뒤 A군이 해당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중형 여행가방에 들어가게 한 후 지퍼를 잠갔다.
A씨는 B군을 가둬놓고 3시간가량 외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같은날 오후 7시25분께 중형 여행가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발견됐다. 의식불명이었던 B군은 인근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틀 만인 지난 3일 오후 6시30분경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 등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관심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였다. 애초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심의한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도 만장일치로 A씨를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사 결과 A씨는 B군을 여행가방에 넣고, 아이가 “숨이 안 쉬어진다”며 여러 차례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데도 가방에 올라가 서서 수차례 뛴 것도 모자라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로 바람을 넣었다. 이 시점에서 가방에서 풀어달라며 울고 빌던 아이의 울음소리나 움직임이 줄어들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40분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
이후 오후 6시45분께 가방 속 B군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A씨는 지퍼를 열었다. 이때 가방 안에서 쭈그리고 있던 B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그제서야 119 구급대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를 했다. 당시 시각은 7시25분경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가방에서 내려온 뒤 가방 속 아동의 울음과 움직임이 줄었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점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조사에서 B군을 학대한 이유에 대해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훈육 차원에서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12차례에 걸쳐 B군 이마를 요가 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했다고 진술 한 바 있으며, 병원 진료 기록에 따르면 B군은 지날 달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군의 신체에서는 멍 자국 상처 등이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의 인스타그램을 근거로 숨진 의붓아들 B군과 같은 나이였던 A씨 친아들의 몸무게 차이가 17kg가량 이었던 것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8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9살 남아 평균 몸무게가 약 32kg 정도 나가는데, 23kg라면 상당히 많이 마른 것”이라며 “제대로 먹을 걸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는 B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노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여행가방 학대 사건의 내용이 끔찍하고 중대한 만큼 A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네티즌도 늘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에 서“얼굴을 공개해달라”며 “아이들 학대한 사람들은 무조건 얼굴공개가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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