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모든 삶을 담는 곳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노건축사사무소’를 이끄는 정재헌(사진) 건축가는 ‘집’이란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편안하면서 자연에 녹아드는 장소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집이 수행하는 많은 역할이 있지만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금자리’처럼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집은 자연 속의 모든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그러하듯이 드러내기보다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 건축가는 지난 2000년 설계한 경기 남양주의 ‘두물머리 주택’을 시작으로 매년 한 채 정도의 집을 설계해왔다. 경영적으로 크게 보탬이 되는 작업은 아니지만 ‘삶’과 가장 밀접한 고민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이란 커피숍이나 호텔처럼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삶을 담는 공간”이라며 “집에서 시각적 목적이나 경험보다 각 장소와 공간에 적합하게 만드는 세심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풍경을 누리고 감상하는 것은 주거의 한 부분으로 전체가 아니고 일부분이다. 방은 숙면할 수 있는 편안함이 있어야 하고 주방과 식당은 식구끼리 화목하게 식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장실은 가장 은밀하고 청결하며 밝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연 속에 있는 집은 주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정 건축가는 ‘자연’을 중시한다. 드러나기보다 주위 환경과 하나가 되는 곳, 편안하고 자연환경이나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건축물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연에서 집을 지을 때 ‘무채색’을 사용한다. 이유에 대해 “무채색은 변화하는 자연의 색이나 질감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하기에 유용하다”며 “집의 재료나 형태가 주인이 아니고 삶이나 주변 자연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삶을 담고 자연 풍경의 배경이 될 때 그 장소와 공간이 더 선명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집을 설계할 때 피부와 맞닿는 곳에 더욱 집중한다. “피부에 닿아 생활하는 실내공간에는 물·나무·식물을 놓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주고자 한다”며 “겉옷과 속옷은 천의 질감이나 디테일이 다르지 않나. 직접 피부에 닿는 곳은 더 섬세함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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