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세계 아홉번째로 성공시킨 한림대성심병원의 김형수 에크모센터장(흉부외과 교수)은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 폐이식까지 갈 수 있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했던 환자 A씨는 2월 29일 중증 코로나19로 긴급 후송돼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산소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항말라리아약(클로로퀸)과 항바이러스제(칼레트라), 항염증제(스테로이드)를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병원 에크모팀은 다음 날인 3월 1일 심폐기능 보조장치인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를 장착해 폐 기능을 대신했다. 에크모는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닌 중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 생명을 유지해준다.
A씨는 3월초부터 코로나19 검사에서 줄곧 음성이 나왔지만 폐 상태는 나빠졌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이 보였고 폐 섬유화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의료진은 폐 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사망할 것으로 보고 폐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자 생존법이라고 판단, 5월 4일 A씨를 외과중환자실 양압이식방으로 옮겨 폐 공여자를 기다렸다. A씨는 이식 전날인 6월 20일까지 112일 동안 에크모 치료를 받았다. 코로나19 환자 중 세계 최장 기록이다.
장기간의 에크모 치료는 환자에게 감염·출혈·혈전증·근위축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24시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A씨는 폐이식 수술을 견딜 체력을 갖춰야 하므로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한 순간부터 폐활량을 키우는 호흡근운동, 팔다리 근육손실을 막기 위해 앉거나 걷는 보행 연습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영양섭취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덕분에 국내 최초 코로나19 환자 폐이식은 20일 오후 3시~21일 새벽 2시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A씨는 현재 스스로 호흡(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으로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박성훈 에크모센터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교수는 “이번 폐이식 성공은 지속적인 환자 관찰을 통해 조기 치료를 시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유기적인 융합치료를 한 결과”라며 “지금은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급성거부반응 위험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 조절,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폐이식 성공률은 70% 정도로 심장·간 등 다른 장기이식 성공률인 90%보다 낮다. 특히 에크모를 단 위중한 환자의 성공률은 50% 정도로 떨어진다.
이순희 에크모센터 외과중환자실 수간호사는 “생사의 기로에서 에크모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폐이식을 통해 소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로 설명하지 못할 큰 감동을 느꼈다”며 “최선을 다해 재활치료와 빠른 전신건강 회복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A씨는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를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허리에 파스 붙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던 간호사·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며 “폐를 공여해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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