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백악관을 ‘봉숭아학당’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미국은 믿을 수 없으니 북미정상회담을 우리가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회고록 논란을 일으킨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가장 나쁜 사람’, 볼턴 전 보좌관에 동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추한 사람’, 볼턴 전 보좌관의 비난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합리적이고 괜찮은 사람’, 이달 방한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아주 좋은 사람’으로 평가했다.
문 특보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공개 강연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을 비판하며 “백악관 결정사항을 보면 완전 봉숭아학당”이라며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통령이 참 잘했다”며 “난공불락 같은 백악관에 치고 들어가 (성과를) 만들어내고, 수문장 같은 볼턴을 뚫고 들어가 얼마나 역할을 했느냐”고 칭찬했다.
문 특보는 또 “가장 나쁜 사람이 볼턴이고, 더 어글리한, 추한 사람은 아베 총리”라며 “그나마 합리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비건 부장관에 대해서는 “볼턴은 나약한 협상가로 평가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봤다.
문 특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볼턴은 제2차 북핵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제일 싫어했던 사람 중 하나가 볼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며 “(볼턴은) 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북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희망적 사고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진 비공개 강연에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북한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양해를 구하든, 통보를 하든 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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