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와 대만의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이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을 사실상 추방하고 나섰다. 양안 갈등이 이제는 언론계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추추이정 대만 대륙위원회(한국의 통일부 해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만에 주재 중인 중국 둥난위성TV 기자 2명에게 3일까지 출경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출경 통보를 받은 둥난위성TV 기자 2명의 기자증은 각각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만료된 상태다.
주관 부처인 대만 문화부는 이들의 기자증 연장을 거부했다. 이유는 “대만에서의 자신의 직업 지위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대만에선 중국 관영 매체로부터 온 특파원들을 위해 스튜디오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정치 평론 성격의 대담 방송을 진행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대만 당국은 이들이 허가 범위를 넘어 자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민감한 정치 평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입장이다.
대만에는 현재 중국중앙(CC)TV를 비롯한 10개 관영 매체 기자가 주재하며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중국 관영 매체들이 대만 스튜디오에서 정치 평론 방송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으로 중국의 정치적 입장을 설파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대만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양안 시사 프로그램은 중국 진행자가 주도하고 대만인 전문가 패널들이 보조적으로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중국 기자 추방 조치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중국 매체 기자들의 기자증이 만료되면 기자증 연장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중국 언론인을 잇따라 추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지난 1월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고, 대만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불안을 느끼는 홍콩인들의 이주를 적극 돕겠다며 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악화하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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