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78) 전 민생당 의원이 3일 전격적으로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로 발탁되면서 2017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의 발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박 내정자는 국민의당 대표였던 지난 2017년 4월23일 전남 목포 평화광장에서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자로 나서 “저는 안 후보의 승리의 길이 무엇인가 고민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저는 금년 75세”라며 임명직을 맡기엔 자신의 나이도 많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당시 경쟁 후보들 사이에서 ‘안철수가 당선되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박 내정자는 당시 “문재인·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대통령 후보도 아닌 저만 공격하고 있다”며 “안 후보와 싸울 길을 찾지 못하고 저 박지원하고 싸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 목포와 호남,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저 박지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박 내정자의 당시 이 유세는 안 후보의 낙선으로 결국 의미 없는 얘기가 됐다. 하지만 어느덧 78세가 된 박 내정자가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에 내정되자 “불과 3년 만에 격세지감”이라는 평이 정관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내정자는 대선 당시 매일 아침마다 미디어를 통해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해 ‘문모닝’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박 내정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며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내 입에서는 정치의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과 전화 소통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감격해 했다.
박 내정자는 대선 직후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안 대표와 결별한 뒤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민생당 등 호남 중심 정당을 전전하다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전남 목포 지역구에 나와 낙선했다.
오랜 정계 생활을 끝내고 야인으로 돌아가나 싶었던 박 내정자는 총선이 끝난 지 불과 석 달도 안돼 파탄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정상화의 구원 투수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