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홍콩에 대해 사실상 ‘중국식 공안통치’가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홍콩 명보는 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를 받는 무장경찰 대원 200~300명을 홍콩에 파견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장경찰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준군사조직으로, 폭동과 시위 진압 등을 전문으로 한다.
명보 “中, 무장경찰 200~300명 홍콩에 파견해 상주시킬 계획” |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은 홍콩 정부가 사회 안정과 치안 유지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홍콩 주둔 중국군에 협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중국 무장경찰이 홍콩에 상주하게 될 경우 홍콩의 자치를 보장하는 기본법은 유명무실해지고, 홍콩 주민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난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중국 무장경찰은 홍콩과 이웃한 선전(深천<土+川>)에서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을 하면서 ‘무력시위’를 한 바 있다. 홍콩 야당은 중국 무장경찰이 홍콩에 주둔할 경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무너뜨리고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전면적인 통제와 억압을 강화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날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은 공안부 당 위원회 회의에서 홍콩보안법 정착을 위해 홍콩 경찰을 지도하겠다는 뜻을 밝혀 중국식 공안통치 가동을 예고했다.
실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에서는 이미 중국의 공안통치가 시작된 듯하다.
공동도서관에서 민주인사 서적 사라져 “홍콩판, 분서갱유” |
공공 도서관을 관장하는 홍콩레저문화사무처는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일부 서적의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이 쓴 ‘나는 영웅이 아니다’ 등 2권도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웡은 “수년 전 발간된 내 책이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도서관에서 사라졌다”며 “이러한 검열은 사실상 ‘금서(禁書)’ 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현대판 ‘분서갱유’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우려했던 중국정부 비판과 관련한 사소한 행위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 시작했다. 홍콩 경찰은 보안법 시행 후 손님들이 식당 벽에 정부 비판 글을 써서 붙이는 포스트잇도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최근 홍콩의 한 식당 주인은 “경찰 4명이 찾아와 식당 내 포스트잇 내용이 보안법 위반이라는 신고를 받고 왔다며 ‘법 집행’을 경고했다”고 토로했다.
홍콩 국가안보처 수장에 강경파 인사 임명 |
특히 홍콩의 국가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처 수장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를 반영한 인사를 서둘러 임명했다. 초대 수장에 강경파 인사인 정옌슝이 자리에 앉았다. 정옌슝은 최근까지 광둥성 공산당 상무위원회 비서장을 지냈으며, 2011년 광둥성 산웨이시 당서기 재임시에는 토지수용 보상을 요구하는 우칸 마을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홍콩 안보정세 분석, 안보전략·정책수립 제안, 국가안보 범죄 처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갖는다.
또 홍콩 정부 산하에 구성된 국가안보수호위원회의 고문 자리는 뤄후이니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이 겸임하게 됐다. 그는 고문으로서 중앙정부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대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의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된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중국식 통제가 시작된 것이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에 ‘국가안전공서’를 설치하며, 홍콩 경찰도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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