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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어 대학 존폐위기...학습소비자 중심 혁신해야"

■유지상 서울총장포럼 회장 인터뷰

4년뒤 80개 대학 입학생 '0' 현실화

유학생 유치 통한 생존전략도 한계

독일대학처럼 산학협력 강화하고

AI·반도체 등 특성화大 육성해야

재정교부금법 등 지원확대도 필요

“대학 지원자가 오는 2024년에는 정원을 12만명 넘게 밑돌면서 당장 지방대부터 존폐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대학이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대학도 강점을 살려 차별화에 힘써야 합니다.”

유지상(사진) 서울총장포럼 회장(광운대 총장)은 8일 서울경제와 만나 대학이 학령인구 급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습소비자 중심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총장포럼은 서울 소재 4년제 31개 종합대학 총장 모임으로 지난 2015년 고등교육 위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 회장은 올해 3월부터 1년 임기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자 전국 430개 대학은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최대 수천명까지 유치하며 정원을 유지해왔다. 정부도 2023년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내걸고 인증 대학의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약 16만명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늘었다.

유지상 서울총장포럼 회장. /광운대 제공




그러나 유학생 유치를 통한 대학의 생존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유 회장의 생각이다. 유 회장은 “대학 정원보다 12만명이 부족하다는 건 80개 대학이 입학 정원 1명도 못 뽑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라며 “지방대뿐만 아니라 서울 군소 대학도 정원 미달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유학생을 유치하며 정원을 유지하던 미봉책도 이제 한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대학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 회장은 대학이 획일적인 강의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학습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학 전부터 유튜브로 입맛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시대 아닌가”라며 “이 세대들의 요구를 파악해 대학이 학습소비자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곧 한 사람이 평생 7~8개 직업을 갖는 시대가 온다는 예측이 있는 만큼 대학이 평생학습자를 위한 교육 기회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인재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어떤 직업군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도록 강의가 준비돼 있는지 적극적으로 세일즈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처럼 차별화를 잘하는 학교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회장은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낙후된 지역의 비인기대로 인식됐던 애리조나주립대는 공립 연구중심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창업·산학연계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를 대거 개설해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서 5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로 꼽혔다. 유 회장은 “애리조나주립대가 온라인교육 시스템 투자를 늘리고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한 결과 입학률이 올라갔다”며 “이 대학 출신들이 지역사회에 포진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유지상 서울총장포럼 회장. /광운대 제공


유 회장은 한국 대학들도 학생·기업 등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해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을 통해 공학교육에 힘쓰는 대학에 공학교육인증을 부여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신뢰를 주지 못할 만큼 대학 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삼성전자에 취업해도 2~3년간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기업의 요구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독일 대학은 칠판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프로젝트 기반의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 대학에서는 아직도 그런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유 회장은 백화점 나열식 대학이 양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특성화 대학을 균형적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두뇌한국(BK)21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을 보면 (입학생) 수능 성적순대로 서열화돼 있고 대형 대학들이 중복 선정되기도 한다”면서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의학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각각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대학별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학 재정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정부가 고등교육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 예산이 약 76조원인데 61조원이 초중등 교육에 들어간다”며 “대학혁신지원사업비, 국립대 경상비 등을 빼면 고등교육 지원금은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8,000억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용도 기준을 완화해 방역이나 온라인 강의 투자 등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만 지원되는 돈”이라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코로나19로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혁신지원사업비 용도 기준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 총장들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물건을 사면 교육세가 축적되듯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들어 대학 지원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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