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 선수의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한 팀닥터(운동처방사)가 성추행 혐의로 고발 당했다.
경북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8일 오전 9시30분께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나와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팀닥터 안주현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전·현직 선수로부터 추가 진술을 받았고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장을 냈다”며 “고인 명복을 빌며 경주시체육회가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 체육회는 지난 5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로부터 ‘팀닥터’ 역할을 한 안씨가 성추행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이 단체는 추가 진술을 바탕으로 현재 최 선수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씨에게 성추행과 다른 선수 추가 폭행 혐의까지 수사해달라고 고발했다.
안씨는 김규봉 감독, 장윤정 주장 선배 등과 함께 최 선수가 폭행 가해자로 고소한 4명 가운데 1명으로, ‘가혹행위’의 핵심 인물로 전해진다. 팀닥터는 일반적으로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말하지만 해당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 등도 갖추고 있지 않은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초 최 선수 고소에 따라 5월29일 김규봉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강요·사기·폭행 혐의를, 안씨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대구지검이 수사를 맡고 있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가 생전 남긴 녹취록에 따르면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안씨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을 가했으며, 폭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음주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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