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동산대책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내놓은 대책은) 네 번째입니다. 스물두 번째(부동산대책)라는 것은 언론이 주거대책 등 온갖 것들을 다 카운트한 것입니다.”
지난 6월30일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질문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 의원이 “그때그때 발표한 것이 다 정책이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김 장관은 한 발 더 나간 답변을 내놓았다. 바로 “저는 숫자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다”는 짜증 섞인 답변이었다.
모든 부동산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던 김 장관은 이틀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보고를 해야만 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잇따른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후 “실수요자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투기일 경우 세금 부담을 강화하라”는 메시지까지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후 부동산정책 강화라는 키워드는 국회의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또 민주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초고강도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예고하면서 다주택자들을 정조준할 채비를 마쳤다.
기자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성난 민심 앞에서 내놓은 김 장관의 말투와 태도다. 민심이 들끓고 이 대표마저 고개를 떨군 데 이어 초고강도 대책까지 예고하게 만든 것은 김 장관의 안일한 태도일 것이다. 더욱이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김 장관의 말과는 달리 청와대와 여당이 서둘러 입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금까지 나온 스물두 번의 부동산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숫자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다”는 김 장관의 짜증 난 발언은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더욱 높이기에 충분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내에서 “김 장관이 짜증 낼 상황도 아니었는데…”라는 말이 나올까.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였고 질문을 던진 이 의원이 호남에 지역구를 둔 무소속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장관이 필요 이상으로 대응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스물두 번째 부동산대책에 따른 규제 피로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른 더위까지 겹쳐 국민들의 짜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 장관의 태도가 국민적 짜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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