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많은 국가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코로나판 로미오와 줄리엣’들이 생겨나고 있다. 평소라면 당연하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코로나 시대’의 한 장면이다.
외국인과 장거리 연애 중인 국제커플들은 10일 하나같이 “코로나19로 인해 기약 없는 연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핀란드인 남자친구와 약혼한 A(26)씨는 “6월에 이민과 결혼 준비를 하려고 한국에서 하던 일까지 정리했다”며 “코로나19로 무비자 입국이 금지되면서 다섯 달 넘도록 (남자친구를) 못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모(23)씨는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독일 워킹 홀리데이를 계획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게 중단됐다”며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데이트하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와 유씨의 연인이 있는 핀란드와 독일은 비유럽권 국가 국민의 입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일부 불가피한 경우에는 입국을 허용하지만 가족 경조사 참석, 자국민의 동반가족, 입국이 필수적인 특정 직업군 등으로 제한적이다. 국제커플은 가족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
독일과 핀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 약 150개국에서는 사증 면제협정 등을 통해 한국인이 비자 없이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금은 무비자 체류가 불가능하다. 지난 7일 기준 한국인 입국이 금지된 나라는 113개국에 달한다.
빗장을 푸는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일부 연인은 상봉의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1일 유럽연합(EU) 이사회는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국민의 입국제한을 해제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영국·덴마크·프랑스 등이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최근 온라인 유럽여행 커뮤니티에는 “약혼자의 가족 문제로 5월에 방문했어야 했는데 항공편이 두 번 취소되고 못 가다 이제야 영국에 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커플은 연인과 재회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노르웨이인 연인과 7개월째 생이별 중인 B(27)씨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상황을 봐 하루빨리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 역시 “코로나19로 소중한 인연을 떠나보낼 수는 없어 강하게 마음먹고 버티고 있다”면서도 “국경이 열리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를 보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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