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의 측근을 사실상 사면했다. 이에 따라 대선 국면에서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의 형을 감형(commute)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 및 그들의 미디어 우군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을 약화하기 위한 시도에서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또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공모한 적이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로저 스톤은 이번 사건의 다른 관련자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불공정하게 대우받았다”며 “그는 이제 자유인”이라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그가 측근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여온 행동 중 가장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범죄 기록 자체를 말소하는 사면(pardon)과 달리 처벌 수위만 낮추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톤은 감형 조치에 대해 “대통령이 나의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결백 입증을 위해 싸울 기회를 줬다”고 사의를 표했다. 백악관의 이번 감형 발표는 형기를 늦춰달라는 스톤의 요청을 항소법원이 기각한 지 약 한 시간 후에 이뤄진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지기’ 친구이자 비선 정치참모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 및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스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와 트럼프 캠프 간 연락책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스톤에게 징역 7∼9년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강한 불만을 표출한 직후인 지난 2월 법무부가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당시 1,100명이 넘는 법무부 전직 관리들은 대통령 측근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며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사건을 담당한 검사 4명도 결정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스톤은 1심에서 4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오는 14일부터 복역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이번 감형 조치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로저 스톤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됐을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며 “죄를 저지른 것은 바이든과 오바마를 포함, 우리 캠프를 몰래 들여다본 반대쪽이다. 그리고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무법적 권한 남용”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에게 있어서는 두가지 종류의 사법 제도가 있다. 하나는 죄를 저지른 트럼프의 친구들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가 법의 규칙과 정의의 원칙에 대한 가장 모욕적인 일이자 ‘법치 모독’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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