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징벌적 과세 부과를 통해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에 나선다. 다만 지난해 말 제시했던 것보다는 세율과 규모를 낮추며 프랑스가 미국 기업에 부과하는 수준으로 관세 규모를 조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응하기 위해 약 13억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의 프랑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힐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발표에 따르면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제품은 화장품과 비누·핸드백 등이다. 다만 USTR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다각적인 해결법을 논의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즉시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으며 내년 1월6일부터 매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USTR은 이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추가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는 2021년 1월까지 관세를 유예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USTR이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미국 상품에 대해 차별적이며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인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벌어들이는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방안을 지난해 7월 채택했다. 이 방안의 대상은 페이스북과 구글·아마존 등으로, 디지털 광고와 e커머스에 주력하는 기업들이다. 당시 USTR은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24억달러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는 지난해 12월 제시된 것보다 수위를 낮췄다. 당시에는 스파클링와인과 치즈도 관세 대상에 포함됐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당시 와인 소매상들과 여타 프랑스 제품 수입상들은 와인 등에 관세를 도입할 경우 미국 기업과 해당 기업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USTR은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통해 미국 기업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규모를 고려해 관세를 부과할 제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USTR은 “무역조치가 적용되는 프랑스 제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는 비슷한 수준으로 프랑스 제품에 관세를 징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 의원과 론 와이든 상원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복관세는 이상적이지 않지만 프랑스 정부가 미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평등하고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프랑스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이러한 관세 연기를 디지털세를 폐지하고 OECD 회원국과 함께 모두에게 공평한 다각적인 접근을 취할 기회로 보기 바란다”며 “미국 기업을 겨냥한 일방적인 행동과 차별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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