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이 지난 10일 차례로 숨을 거둔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는 때아닌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논란이 불고 있다. 성추행 의혹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 시장을 두고 소란이 일자 일부 친정부 성향 커뮤니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난중일기 구절을 예로 들며 박 시장을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커뮤니티로 꼽히는 ‘클리앙’에는 최근 박 시장 추모 글에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이냐”며 박 시장에 대한 장례식과 조문을 비판하는 이들을 반박했다. 이 댓글은 또 다른 커뮤니티들에 재확산됐고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그러자 상당수 네티즌들은 “조선시대 노비와 서울시장 비서를 비교하는 게 말이 되느냐” “박 시장에 이순신 장군을 갖다 대느냐”는 등의 비판을 쏟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걸 말이라고 하느냐”며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박원순은 이순신이 아닙니다, 피해여성은 관노가 아닙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 발언, 높이 평가한다”며 “친문과 그 지지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노골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진 전 교수는 “친문의 눈에는 국민이 노비로 보이는 것이고 여성이 ‘그들이 자자고 하자면 언제라도 잠자리에 들 의무가 있는’ 관노로 보이는 것”이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해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촛불혁명을 했고 졸지에 ‘관노’가 되었다”며 “전국의 관노들이여 단결하라!”고 비꼬았다.
이순신 장군의 관노 기록은 백선엽 장군 관련 글에도 인용됐다. 일각에서는 백 장군의 친일 논란은 이순신 장군의 관노 동침처럼 시대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선에 이순신이 있었고 일제시대에 수많은 독립군들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엔 백선엽이 있었다”며 “이순신이 관기와 동침한 것이 시대의 한계라면 백선엽이 나라 잃은 조선땅에 태어나 만주군 소위로 복무한 것은 무능해 망한 조선이 그에게 씌운 멍에이자 한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육군이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했던 한국전쟁의 영웅인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국민 통합에 뜻이 있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뼈대 있게 만들려면 그를 명예 육군 원수로 추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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