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병세를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과잉 염증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의 원인이 규명됐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본원과 국내 주요 병원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성과를 냈다고 13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중증 및 경증 코로나19 환자로부터 혈액을 얻은 후 면역세포들을 분리하고 단일 세포 유전자발현 분석이라는 최신 연구기법을 적용해 그 특성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중증 또는 경증을 막론하고 코로나19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류킨-1(IL-1)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다. 이는 자가분비형·측분비·내분비 신호전달 과정에서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여 면역반응에 관여한다. 다양한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존재하는데 특히 면역과 염증에 관여하는 것이 많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였을 때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뿐 아니라 정상 세포를 공격하기도 하는 데 이를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일어나면 병세가 중증으로 치닫는 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연구팀은 특히 사이토카인 반응의 일종인 ‘인터페론 반응’이 코로나 19환자의 과도한 염증반응을 촉발하는 것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증명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세균 등에 감연되거나 암세포가 발생하면 이를 막는 항바이러스성 단백질로 알려져 왔으나 코로나19에 대해선 병세 악화를 초래한 것이다.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과잉 염증반응 완화를 위해 현재에는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비특이적 항염증 약물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 성과를 계기로 인터페론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방법도 고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공동연구팀은 현재 후속 연구를 통해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과잉 염증반응을 완화해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약물을 시험관 내에서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발굴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의 주역은 KAIST의 신의철 의료과학대학원 교수와 정인경 생명과학과 교수팀,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최준용·안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정혜원 충북대병원 교수다. 아울러 KAIST의 이정석 의과대학원 연구원, 박성완 생명과학과 연구원이 공동연구를 주도했다. 이 연구원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의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긴박하게 시작했는데 서울아산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충북대병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불과 3개월 만에 마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인경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신규 질환의 특성을 신속하게 규명하는데 있어 최신 단일세포 전사체 빅데이터 분석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면역기전 연구 및 환자 맞춤 항염증 약물 사용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의 지난 10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Immunophenotyping of COVID-19 and Influenza Highlights the Role of Type I Interferons in Development of Severe COVID-19’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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