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카운터파트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선전매체에 대해 ‘대남 찌라시(전단)’라고 평가 절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남 선전매체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당국이 책임 없는 선전매체에 대해 일일이 다 평가하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고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저는 반대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언론에서는 찌라시를 평가하고 보도합니까”라고 따졌다.
하지만 북한이 그간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왔고 우리민족끼리는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국가기관인 조평통의 공식기관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통일부의 평가는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대남선전 매체를 찌라시로 본다는 입장을) 유지하겠다”며 “선전 매체가 아니라 정식 매체면 저희도 반응을 보인다. 우리민족끼리 주장을 보면 공식성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선전 매체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남측의 새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오전 남측 인터넷매체인 자주시보의 논평·수필란에 실린 글을 부분 게재하고 “이번 인사에서 이인영, 임종석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많다”며 “두 사람이 다 ‘한미워킹그룹’ 문제에 비판적인 말들을 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거듭 요구해 온 한미워킹그룹 해체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새 외교·안보라인에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대조선 적대 정책 철회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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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매체는 “‘우리 민족끼리’의 철학과 ‘미국에 맞설’ 용기를 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 사드, 한미연합훈련 싹 다 없애라고 해야 한다” 등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대조선 적대정책의 폐기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한미동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남측에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히 했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인용해 남한 각계가 정부에 자주적인 태도를 갖고 친미사대 근성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한미관계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잇달았다.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3꼭지를 할애해 대학생진보연합과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부산 시민단체 등의 한미워킹그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촉구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부담스러운 대남 메시지를 낸 만큼 통일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민족끼리의 논평에 대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선전 매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해서 후보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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