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통보받고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 확실시되면서 박 전 시장에게 누가 관련 내용을 유출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당일 오후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맞지만 박 전 시장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9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박 전 시장에게 통보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전 시장의 사망 당일을 전후로 한 행적을 보면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한 것은 8일 오후에서 9일 오전 사이로 추정된다.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고 10시40분에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어 오전 10시44분 서울 가회동 공관을 홀로 나섰다.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는 여전히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경로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경찰 내부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고소인 역시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무엇보다 보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 측 대리인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고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 알린 적이 없고 오히려 신속하게 조사를 받기 위해 담당 수사팀에게 절대 보안을 요청드렸다”며 “하지만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