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정부도 인정했듯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수립·전개 중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불명예스런 호칭을 얻게 됐다. 이는 정부가 탄소배출량 제로인 ‘원자력 발전’을 버리고 ‘석탄화력 발전’ 수출을 고집하는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국제적 불명예도 문제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의 피해 또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지역의 기온 상승계수를 구해보니 100년 동안 0.9~2.5℃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지역의 경우 세계 평균치(0.67℃)에 비해 3~4배 가량 기온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변화는 도시화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진행된 체계적이지 못한 난개발과 토지이용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또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병은 환경 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 숲 파괴로 인한 야생 동물 감소 등으로 현대문명이 깨뜨린 ‘자연의 균형’ 결과물이다.
기후 변화가 초래한 피해 사례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본래 식물은 대체로 기온이 5℃ 이하에서는 광합성을 하지 않아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로 물을 배출해 추위에 견디기 위한 월동 준비를 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 기온이 이따금 5℃ 이상을 기록하는 요즘에는 겨울에도 광합성을 하며 물을 소비해 식물 자신은 물론 지역의 물 부족을 유발, 인간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 충남 지역에서 겪은 물 부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열대 지방에서만 발병했던 질병이 우리의 턱밑까지 다가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해충의 대발생도 이어지며 자연과 농경 생태계의 건강을 위협하며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더 심각한 복합적 환경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생태적 가뭄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연평균 기온 (12.5℃)에서는 강수량이 최소 800mm 이상이 돼야 숲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그 이하를 기록하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며 숲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고, 발생할 지 모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래 전부터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른바 장기생태연구다. 일본은 3,000여 곳의 대상지역을 지정해 기후변화 상황을 자세히 감시하고 있고, 미국도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고려해 지점 수준의 관찰네트워크에 면 수준의 네트워크를 추가하며 기후변화 진단 체계를 촘촘히 다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대한민국에도 이러한 환경 변화를 관찰하는 창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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