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근 전 경기지방변호사회장이 ‘박사방’ 사건 피의자를 변호한 게 문제가 돼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에서 사퇴한 것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가 “국민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변협은 14일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한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건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박사’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훈의 변호인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에 선임된 당일 바로 사퇴했다.
변협은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사건 내용을 보고 선별적으로 변호 활동을 하는 건 징계사유로까지 삼는다”며 “헌법 12조에 규정된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헌법에 규정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수사·재판을 보장 받기 어려워질 거라고 우려했다. 변협은 “이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에 비해 열세인 피의자, 피고인은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서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윤모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변호사의 역할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까지 처벌 받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하여 흉악한 범죄자를 무죄로 만드는 게 변호사의 의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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