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간 정부가 거둬들인 부동산 관련 세금이 578조원에 달한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786조원에 달하는데, 이처럼 높은 부동산 세금이 집값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부동산 관련 세금은 총 578조원이 징수됐다. 부동산임대소득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은 제외한 결과다. 세부적으로 보면 취득세 215조원, 등록세 80조원, 재산세 102조원, 종합토지세 9조원, 종합부동산세 20조원, 양도소득세 152조원 등이다. 납세자연맹은 이 금액을 3년 만기(AA-) 회사채수익률을 적용해 작년 말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786조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과세 비율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OECD의 2019년 수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세수에서 차지하는 재산관련 세금 비중(12%)은 OECD 36개국 중 4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납세자연맹은 “징수된 786조원 중 취득세 278조원은 대부분 부동산 가격에 전가됐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소득세는 임대료에 전가됐고, 일반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도 일부 임대료와 집값에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납세자연맹은 최근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부동산 관련 각종 ‘징벌성 세금’에도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7·10 대책 중 다주택자 부동산세제 강화정책인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율 인상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보유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높은 세금은 재산권 침해의 문제가 있고 양도소득세 중과는 동결효과를 유발해 거래를 축소시키고 집값에 전가돼 강남 등 선호지역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과세, 감면, 중과가 납세자 간 과세불공평을 심화하고 조세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납세자연맹은 “정권에 따라 중과제도 강화, 약화, 폐지를 반복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킨다”며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세법이 너무 자주, 복잡하게 개정돼 이해가능성과 예측가능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조세를 정책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것보다는 조세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세수 수입 목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며 “원인을 오판해 정책을 편다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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