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전 세계를 폭풍처럼 뒤흔들어 놓았다. 멈춰 섰던 일상이 가까스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그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질서, 즉 ‘포스트 코로나의 뉴 노멀’에 대한 요구는 세계의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신간 ‘오늘부터의 세계’는 재미(在美)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제러미 리프킨, 장하준, 원톄쥔,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등 석학 7인과 진행한 긴급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7가지 문명 전환 시나리오’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문이 닫힌 지금, 위기 극복과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선택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 19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생태계 붕괴와 야생의 터를 침범한 인간의 활동, 이에 따른 야생 동물의 이동이 팬데믹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연쇄 붕괴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문명이 낳은 위기라고 단언하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그린 뉴딜’을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을 향해서는 “2018년 한국의 대통령이 해상 풍력 단지, 태양광 단지를 세워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겠다고 했지만, 신속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한국이 코로나 19 위기에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대처했듯 새천년 재생에너지 역사를 구비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당부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단기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바이러스 앞에 약점을 드러냈다고 진단한다. 약자들로 하여금 아파도 일하도록 내몰았고, 그 속에서 병이 확산하도록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의제가 정책 테이블 위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불평등이 ‘노멀’이 될 사회를 치료할 적기라고 강조한다. 특히 바이러스의 장기화와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만큼 성장의 질, 즉 성장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눌 것이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장 수치 셈법’에 대한 접근도 흥미롭다. 장 교수는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음식을 안 버린다”며 이는 “식품을 덜 생산해도 똑같이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마이너스 성장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잘 나눠지고 지속 가능한지를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1만6,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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