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내홍으로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올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과 15일 면담을 진행한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8월 8일 해임총회 이전에 조합원 동의 없는 모든 구청 업무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밝혔다. 이에 따라 조합의 분양 관련 업무는 다음 달 예정된 조합원 총회 때까지 전면 중단되게 됐다. 이달 28일까지 분양공고를 내지 못하면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둔촌주공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사실상 확정됐다.
분양가상한제 회피에 총력을 기울이는 현 조합은 조합원들의 반대 목소리 속에서 유일한 방안으로 조합원 총회 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반분양가 2,978만원을 수용해 분양모집공고를 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기존의 입주자모집규모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HUG의 분양보증서를 받으면 총회가 필요한 관리처분계획 변경 없이 입주자모집신청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위해 조합은 15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의결하기도 했지만 입주자모집신청 승인 권한을 가진 구청에서 “조합 동의 없이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조합원모임 측은 “조합과 시공사만 동의하는 ‘헐값 분양’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8월 8일 총회를 통해 조합 임원 해임을 진행하고 빠른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조합원모임 측은 내달 총회에서 조합 임원 해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후 조합을 빠르게 수습한 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고 선분양을 할지, 아예 후분양으로 방향을 돌릴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9월을 전후해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후분양의 경우 전체 사업 규모가 큰 둔촌주공에서는 사업비를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합이 내홍에 빠진 것은 일반분양가를 두고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이 큰 갈등을 겪으면서 비롯됐다. 조합은 3.3㎡당 3,550만원을 주장한 반면 HUG는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맞춰 2,978만원 이상은 분양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회피를 위해 HUG 분양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9일 개최하려던 임시총회가 취소되면서 현 조합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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