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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발쓰고 살아야…빨리 죽고 싶었다" 중학교 후배 커플에 학대당한 20대 고백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17일 낮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병실에서 기자들에게 참혹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받은 학대로 옴몸에 화상을 입은 A씨가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악몽같았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에서 전신의 화상 치료를 받고 있는 A(24)씨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3개월간 지속된 가혹행위를 털어놨다.

수차례 극단적인 시도까지 할 만큼 가혹행위는 잔인했고, 온몸의 상처는 물론 정신과 치료도 필요한 상황이다.

가해자인 박모(21)씨는 중학생 시절 A씨와 함께 운동부에서 활동했다. 사회에 나와 ‘함께 일하자’며 같이 살기 시작한 A씨는 “학대의 시작은 장난같은 주먹질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A씨가 맞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점차 폭력의 강도를 높였다.

박씨의 여자친구 유모(23)씨도 말리기는커녕 거들면서 둔기와 끓는 물, 가스 토치까지 학대 도구로 이용됐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A씨는 끓는 물이 연거푸 끼얹어졌던 두피까지 벗겨졌고, 후유증이 심각해 남은 일생을 모자나 가발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학대를 당하면서 강제로 3억5,000만원의 빚을 지게 돼 박씨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 집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잘 지낸다’, ‘대기업에 취직했다’ 등 거짓말로 가족을 안심시키고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A씨의 부친은 “맏이인데도 집에서 막내처럼 굴었던 심성 여린 아들이 오랜 기간 이어진 폭력에 겁먹고 주눅이 든 짐승처럼 저항조차 못 하게 됐다”며 분노했다.

그는 “‘아빠’하고 부르는 소리에 반가워서 문을 열었더니 아들이 사람 몰골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며 “얼마나 굶었는지 밥을 차려주자 마구 먹어 재끼더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 북부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로 박씨와 유씨를 구속하고 범행동기 등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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