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후보자가 아들의 스위스 유학을 두고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4개월간 총 4,200여 만원을 썼다고 밝힌 가운데 이 후보자 아들이 이와 별도로 그 직전까지 독일에서도 유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측에서는 이 후보자의 유학기간 전반에 대한 자금 출처가 인사청문회의 쟁점이 된 만큼 나머지 기간에 대한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에 독일까지 더할 경우 이 후보자가 공개한 자료보다 실제 유학 기간은 더 길고 비용도 더 들었을 것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후보자 측이 이를 소명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후보자 측이 ‘스위스’ ‘학비’ 등 지엽적인 키워드에 맞춰 14개월, 1,200만원 등 논란을 최대한 축소하는 쪽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이 후보자는 “아들 유학 관련 큰 의혹은 불식됐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단독] 이인영 아들, 유학 연계기관 설립 1년전 이미 '입학예정생'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출간한 ‘2017 통일걷기, 민통선을 걷다’라는 저서 203쪽에 “참 반가운 얼굴은 그래도 제 아들이었습니다. 병간호를 위해 독일에서 보름 일정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아내의 병간호를 하다 마중 온다고 와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 책은 이 후보자가 2017년 8월3일부터 8월15일까지 12박13일 동안 ‘통일 걷기’ 행사를 하던 과정을 소개하는 서적이다. 이 후보자가 쓴 내용대로라면 2017년 8월 이 후보자 아들은 스위스가 아니라 그전부터 이미 독일에서 체류하다가 한국에 잠시 들어와 있었다는 얘기다. 본지 취재 결과 이 후보자 아들과 같은 기간 스위스 유학을 떠난 또 다른 학생 역시 2017년 7월 초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베를린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중”이라며 어학원과 어학 수업을 언급했다. 프랑스와 독일 접경 지역인 바젤은 독일어권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 아들이 스위스 바젤로 떠나기 전 독일 베를린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는 이 밖에도 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한 웹사이트에 스위스 바젤 지역에 방을 구한다면서 “나는 한국에서 왔고 지금 베를린에 살고 있다.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바젤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해야 해 방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 이태원의 한 댄스·나이트클럽 소셜미디어는 올 2월 이 후보자 아들을 가리켜 “그래픽디자이너이자 DJ”라며 “그가 생활했던 베를린과 바젤의 레이브씬에서의 재밌는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클럽 혹은 파티 등과 관련한 경험과 영감을 얻었다는 설명에 비춰볼 때 아주 단기간 머물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후보자는 아들 스위스 유학 자금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5일 1년 학비가 1,20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학 자금 전체를 공개하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16일 스위스 유학 기간 체류비로 3,062만원이 더 있다고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집세로 월평균 50여만원을 지불하고 생활비로 월평균 170여만원을 사용한 것”이라며 월세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룸셰어(공간 일부 임대)를 했다”고 해명했다. 아들의 스위스 체류 기간은 2017년 8월∼2018년 10월이었다고 밝혔다.
당초 야당은 이 후보자가 전달한 아들 유학 송금 내역에 독일 베를린 학비와 체류비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아들이 2017년 8월 이전부터 베를린에 체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자료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역시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만약 이 후보자가 공개한 유학자금이 오직 ‘스위스 바젤에서만 쓴 것’이라면 국민적 관심은 유학자금 전체인데 이 후보자는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자료를 낸 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당 측에 따르면 이 후보자 측은 애초에 아들이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가 야당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유학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이 후보자 아들은 파주의 디자인 교육기관인 타이포그래피배곳(파티)이 설립되기 1년 전인 2012년 3월 고3 시절부터 이 학교 예비학교 과정을 밟다가 2013년 기관 설립 후 정식 입학했다. 이후 2017년 ‘파티’와 편입 협약을 맺은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로 떠나 1년 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후보자 아들이 스위스에 가기 전 독일에서 유학을 했다면 ‘파티’를 학위 없이 졸업한 2017년 2월부터 스위스로 떠난 것으로 알려진 2017년 8월 사이로 추정된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아들 병역 문제나 유학 문제와 관련해서 큰 의혹은 어느 정도 규명했고 불식됐다고 판단한다”며 “그럼에도 나와 내 아내나 아들과 관련한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주 담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석기·김기현·박진·정진석·조태용·지성호·태영호 의원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이 후보자에게 1,304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답변이 온 것은 735건으로 56.4%에 불과하다”며 “아들의 독일 베를린 체류와 관련한 자료, 병역면제를 받을 당시의 엑스레이 사진 등 핵심자료는 지금도 제출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실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유학과 관련해서는 야당에서 지적을 해야만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씩 공개를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스스로 의혹만 키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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