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김규봉 전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대회 출전을 위해 급조된 국군의 철인3종경기팀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감독의 고교 3년 선배인 해병대 현역 중령이 무리하게 세계대회 출전을 밀어붙이며 김 전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겼다는 주장이다. 관련 의혹을 인지한 국방부는 해당 중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24일 서울경제가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우한시에서 열린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 군 당국은 트라이애슬론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킬 계획이 없었다. 당시 국군체육부대인 상무가 운용하는 다른 팀들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참가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트라이애슬론은 상무 소속 선수가 포함된 종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전 선수 최종마감을 2개월 앞둔 지난해 5월 해병대 측에서 돌연 트라이애슬론팀을 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달 획득이 어렵다고 본 국방부는 해병대의 요구를 반려했지만 계속 이어진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출전을 승인했다. 대신 국방부는 모든 사안을 해병대에 일임했고 참가군인들의 훈련·체류비용 등 부대비용도 해병대가 부담하도록 했다.
당시 국방부의 만류에도 대회 출전을 추진한 인물은 해병대 소속 김모 중령으로 알려졌다. 김 중령은 트라이애슬론 애호가로 평소 철인 3종 협회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중령은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할 철인 3종 팀의 감독으로 고교 3년 후배인 김 전 감독을 발탁했다. 그는 김 전 감독을 선임할 당시 별도의 추천서나 자격증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했던 안주현 전 경주시청 팀 닥터도 대회 출전 직전인 9월 갑자기 명단에 포함됐다.
대회 출전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 주체에 대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철인 3종 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군인체육대회와 무관하다”며 “해병대 측에서 출전비용 2,000만원을 만들어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국방부는 “확인 결과 군에서 경비를 지원한 기록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당시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비위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김 중령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김 중령은 “김 전 감독이 고교 후배인 것은 2017년에야 알게 됐고 선발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김 전 감독이 경주시청팀 감독을 했고 2015년에도 대회에 나간 적이 있기 때문에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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