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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상...국립극장 '무대 시계' 다시 돈다

<1년치 기획 공연 ‘2020-2021 레퍼토리 시즌’ 공개>

코로나 불구 신작 18편, 해외 초청 두 편 등 풍성

고선웅·정구호·김광보 등 실력파 창작자 참여속

해오름 재개관 기념 창극 ‘귀토’, 무용단 ‘산조’ 등

전속단체 합동 韓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조명

객석 띄어 앉기·평일공연 30분 앞당기기 등 변화도

국립무용단은 올해 국립극장 창설 70주년을 기념에 선보이려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됐던 ‘제의’를 내년 4월 해오름극장 재개관 기념 첫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사진=국립극장




공연의 본질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꾼 ‘새로운 일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멈춰 섰던 국립극장이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을 공개하며 ‘일상으로의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4월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기념한 국립창극단의 대형 작품 ‘귀토’(가제)와 국립무용단의 ‘산조’ 등 총 18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비롯해 해외 초청공연과 기존 인기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코로나 19 장기화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 티켓 판매 방식과 공연 시간, 공연 영상 활용 등에도 변화를 시도한다. 그야말로 ‘새로운 공연, 새로운 극장, 새로운 일상’이다.

국립극장이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개한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도 다채로운 신작으로 꾸며졌다. 올해 선보이는 새 작품만 18편이다. 먼저 국립창극단은 ‘산불’ 이후 4년 만에 대극장용 신작 ‘귀토’를 내년 6월 선보인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의 흥행을 쓴 고선웅 연출과 소리꾼 한승석(작창)이 다시 한 번 창극단과 손을 잡는다. 귀토는 판소리 수궁가의 근원설화인 귀토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공연에서 작창은 물론 작곡과 음악감독까지 맡은 한승석은 “귀토설화는 이 시대의 권력자 문제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 등 현실의 비유를 담은 내용이 많아 재창조 작업이 흥미롭게 진행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국립무용단과 함께 선보이는 신작 ‘산조’/사진=국립극장


내년 6월에는 묵향·향연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정구호 연출과 최진욱 안무가 의기투합한 국립무용단의 새 작품 ‘산조’도 공개된다. 정구호는 “한국 기악 장르인 산조가 지닌 다양한 장단을 새 악기 구성과 새 편곡 방법으로 구성해나가면서 그 장단을 춤을 통해 표현해나갈 계획”이라며 “향연에서 전통의 모티브가 되는 상징적 오브제를 가지고 작업했다면 이번엔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를 사용해 입체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려 한다”고 작품 구상을 밝혔다.

올 시즌부터는 연말 기획 공연도 선보인다. 그 첫 작품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이 모두 참여하는 ‘명색이 아프레걸(가제)’이다. 전속 단체가 한 공연에 모두 참여하는 것은 9년 만이다. 연출가 김광보와 작가 고연옥이 국립극장과 손잡고 선보이는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주인공으로 한다. ‘아프레걸’은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한국 전쟁 이후 부상했던 사회의 새로운 여성상을 일컫는 당시의 신조어로 봉건적 사회 구조와 싸우며 자기 역할을 찾았던 이들을 지칭한다. 김 연출은 “한국 사회에서 ‘미투’ 이후 이제야 여성의 역할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며 “여기 적합한 인물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박남옥 감독을 조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에서 다시 선보이는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사진=국립극장


코로나 여파로 해외 문화 교류가 크게 위축돼 있지만,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소프루(Sopro)’와 독일 현대무용 타오댄스시어터의 ‘4&9’의 초청 공연도 예정돼 있다. 또 영국 국립극장 명작을 영상으로 상영하는 NT라이브(시라노 드베르주라크, 리어왕)와 국립창극단의 ‘아비, 방연’과 ‘트로이의 여인들’, 국립무용단의 ‘제의’ 등 인기 레퍼토리의 재공연도 관객과 만난다.

국립극장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에서 선보이는 영국 NT라이브의 ‘리어왕’/사진=Johan Persson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을 ‘새로운 공연 일상’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시즌 전체 라인업은 먼저 공개하되 공연 티켓은 두 차례 나눠 판매하고, 모든 공연에 객석 띄어 앉기를 실시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정착을 반영해 평일 공연 시간도 기존 오후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공연 영상화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급증한 비대면 문화 예술 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고 공연 예술에 대한 국내외 저변 확대를 위해서다. 김철호 극장장은 “2020-2021 시즌을 국립극장 운영의 새 기준을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전통의 깊이는 더하되 동시대를 뚜렷하게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이 1년 치 기획을 발표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국공립 예술단체의 무대 시계도 다시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으로 ‘무기한 공연 중단’ 상태였던 국립극단이 지난 19~26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대면 공연을 성공리에 마무리했고, 내달 6일부터는 국립극단 70주년을 기념에 선보이려다 코로나에 취소된 ‘화전가’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도 내달 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올해 첫 기획 공연을 선보인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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