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미 강경 발언을 자제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재차 거론해 주목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공개회의를 열고 핵 전쟁 억제력보다 순화된 전쟁 억제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27)에 맞춰 다시 핵 억제력을 언급한 것은 미측에 정면돌파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6·25전쟁 이후 70년이 “결코 평화 시기라고 할 수 없는 적들과의 치열한 대결의 연속이었다”며 “우리의 발전을 억제하고 우리 국가를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의 위협과 압박은 각일각 가증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확산과 장기간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 등의 위기를 미국과의 이념 대결로 몰아가 내부 체제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참전용사 기념 행사와 같은 것으로 7.27를 계기로 체제 결속력을 꾀하고 6.25 전쟁과 현재의 북미관계를 냉전적 대결구도로 규정하면서 핵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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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또 “1950년대의 전쟁과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기에 남들 같으면 백번도 더 쓰러지고 주저앉았을 험로 역경을 뚫고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우리는 핵 보유국에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핵 보유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비로소 제국주의 반동들과 적대 세력들의 그 어떤 형태의 고강도 압박과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이 우리 스스로를 믿음직하게 지킬 수 있게 변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전쟁은 넘볼 수 있는 상대와만 할 수 있는 무력충돌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한다”며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고 넘본다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최강의 국방력을 다지는 길에서 순간도 멈춰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국방력을 거듭 언급한 것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핵 개발 등 군사력 강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대남 및 대미 강경발언은 날로 격화하고 있는 미중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해선 “제국주의”, “침략성과 야수성” 등 거친 단어를 사용한 반면 중국과는 6.25전쟁을 거친 혈명 관계임을 과시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이 기회에 우리 인민의 혁명전쟁을 피로써 도와주며 전투적 우의의 참다운 모범을 보여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과 노병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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