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대선후보 TV토론회 주최 측의 행사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음달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가 취소된 가운데 미 대선의 중대 승부처로 꼽히는 TV토론회 일정마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 정치권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에도 확진자 감소 추세에 따른 경제재개를 압박해 정가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 노트르담대는 오는 9월29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1차 대선후보 토론회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존 젠킨스 총장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대선 토론회를 주최하는 교육적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면서 “어렵게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토론위원회(CPD)는 토론회 개최지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 캠퍼스로 변경했다. 앞서 미시간대도 지난달 제2차 대선후보 토론회(10월15일) 개최 포기를 발표하면서 2차 토론 장소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심의 공연센터로 대체됐다. 토론회 대체 장소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CNN은 TV토론회 일정 등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지만 사망자가 처음으로 15만명을 넘는 등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8일(한국시간) 오후2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5만444명, 확진자는 443만3,41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확진자는 6만1,571명, 사망자는 596명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6만6,000명 아래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6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백악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나오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중을 드는 파견군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대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백악관 역시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이 열리는 노스캐롤라이나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그를 본 일이 없다”며 자신의 노출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차단하는 데만 집중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더 많은 주지사들이 봉쇄조치를 철회하고 경제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며 경제재개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달리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현재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긴급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7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며 “이번주 후반에 긴급위원회를 재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WHO에 보고된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1,600만명에 달하며, 특히 지난 6주 동안 그 수는 거의 2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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