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교육 개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수요자 중심의 개인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미국(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연구결과(KET: Korea Institue of Entrepreneurship and Technology)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발간된 ‘유아·초중등(K-12)과정 한국·뉴욕주·캘리포니아주 교육과정 비교 보고서(이영달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학제 시스템과 학교 유형 측면에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학제 시스템과 교육과정에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게 특징이다. 대신 개별 주 정부와 학구가 대부분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유치원 과정부터 고교과정에 이르는 K-12 학년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기본 골격으로 세웠지만 한국처럼 초, 중, 고교로 엄격하게 구분돼 운영되지 않는 것이다. 가령 K-5 학년 과정을 초등과정으로 분류하고 6-12학년 과정을 중등과정으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2년제 중학교 및 고등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존재한다.
K-12 단일 학년 시스템은 학제의 유연한 변화를 가능하도록 한다. 공립 영재학교(Magnet Schools)와 목적형 준공립 학교(Charter Schools), 사립학교들은 각자 교육목적에 따라 학제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덕에 교육과정이 다채로워지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은 진로 및 경력개발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직접 선택을 할 수 있다. 가령 사립 고등학교 등은 자유교양대학(Liberal Arts College) 수준의 교과를 제공한다. 일부 목적형 준공립학교들은 비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프로젝트나 경험학습을 전제로 한 실질적인 융합교육을 지향하기도 한다. 수월성, 혁신성, 다양성, 포용성 등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선택지(학교)가 풍부하게 존재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2015년 모든학생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이 발표되면서 공립과 사립의 구분 없이 개인화된 학습을 전제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학생들은 각자 학습 수준과 목표에 따라 학교 내 수업의 이동, 타 학교 수업 참여, 대학 교과목 수강, 대학과 연계한 AP 프로그램 등을 경험하며 개인화된 학습을 보장받는다.
개별 학교나 교육기관의 인프라를 넘어서는 교육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일상화됐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준비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임에도 기업, 연구기관 등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스탠포드 온라인 고등학교는 혁신성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힌다. 6년제 온라인 기반 형태로 운영되지만 에듀테크 활용, 스탠포드대학과 밀착된 교육과정, 박사급 교사진, 31개국의 학생, 다양한 비교과 활동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가장 선도적으로 혁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STEAM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 교과목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것도 눈여겨볼만한 점이다. 개별 학교들이 대학 수준의 STEAM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를 현실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공립학교의 경우 학구별로 선도학교를 지정해 상호 협력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박사학위 소지자 및 산업혁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교사로 채용하고 학생들은 기업의 전문가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거두는데 주력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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