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당초 오는 9월6일 예정이던 입법회(국회) 선거를 1년 후로 전격 연기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이어 자유선거까지 제한받으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상황규례조례(긴급법)를 인용해 입법회 투표를 1년 후인 내년 9월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과 시민 안정, 공정한 선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30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149명이나 증가하는 등 홍콩 내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콩 민주진영은 선거 연기가 친중파에 유리한 꼼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진영 입법회 의원 22명은 “선거 연기는 홍콩의 헌법적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발표는 전날 조슈아 웡 등 민주진영 인사 12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데 이은 것이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회선거 연기까지 겹치면서 미중 갈등이 한층 커지게 됐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중국 정부의 9월 홍콩 입법회 선거 개입 가능성을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배경으로 미국에 대해 장기적 항전인 ‘지구전(持久戰)’을 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31일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중국공산당 정치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현재 경제정세는 여전히 복잡하고 엄중하며 불확실성이 크다”며 “우리가 맞닥뜨린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으로 반드시 지구전의 각도에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공개된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을 기록해 5개월째 ‘경기확장’을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지구전’까지 언급한 것은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신속한 경기회복에 성공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이날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 개통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