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가 최신 전투기를 도입한 데 이어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100여개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중국과 국경전쟁으로 수천 명의 인도군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포로가 중국에 잡혔는데, 이 같은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사관 폐쇄 조치를 주고 받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인도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중국과 인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프랑스의 AFP 통신에 따르면 인도가 프랑스와 계약한 라팔 전투기 36대 가운데 1차 인도분 5대가 최근 인도 북부 암발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은 라팔 전투기 인도에 대해 “인도군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통해 “그것은 우리나라에 가해지는 어떠한 위협도 억지할 수 있도록 인도 공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군 전문가들은 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인 게이트웨이 하우스의 사미르 파틸 국제 안보 전문가는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 지역인 라다크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의 양군 군대의 대치가 올 겨울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것(라팔의 인도)은 중국의 고조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은 지난달 15일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의 양군 군대가 출동한 이후 빨라지고 있다. 실제 인도 정부는 라팔 전투기 1차 인도분을 서둘러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프랑스로부터 총 94억 달러를 들여 라팔 전투기 36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라팔 전투기 36대는 내년 말까지 인도 측에 모두 인도될 예정이다.
인도가 전투기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과의 갈등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경선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중국과 인도는 아직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3,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분쟁지 배후 지역에 수만 명의 군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완 계곡에서의 유혈 충돌 이후 중국과 인도가 최전방 분쟁지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경계는 더욱 더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타임스나우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라다크 등 중국 국경 인근 지역에 3만5,000명의 군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중국 역시 최전방에서는 병력을 물리고 있지만, 국경 인근 경계는 오히려 강화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국방 분야 인도 싱크탱크인 USI의 B K 샤르마는 “추가된 양측 병력은 고위급 정치인 간의 관계회복 움직임 없이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압박은 경제 분야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과 국경갈등 후 틱톡과 위챗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59개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47개 앱의 추가 금지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인디아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틱톡 라이트, 헬로 라이트, 쉐어잇 라이트, 비고 라이브 라이트 등 47개 앱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하기로 정했다. 추가로 금지하는 47개 앱은 앞서 지난달 금지한 59개 앱의 라이트 버전이나 유사한 앱이다.
익명의 관리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47개 앱은 이전에 금지한 59개 앱과 같은 이유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9일 “중국 앱들이 인도의 주권·안보·공공질서를 침해했다”며 틱톡·위챗을 비롯해 UC브라우저, UC뉴스 등 59개 앱의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 정부는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에서 승인받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자 정보를 인도 밖 서버로 무단 전송했다는 여러 불만이 접수됐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금지 배경에는 양국 국경분쟁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인도의 갈등 속 미국이 인도에 3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는 등 중국 인접 국가들을 통한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과 인도의 갈등의 골이 더욱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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