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어느 날도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부에 나갔다가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A씨 한 명이 인솔해야 했던 원생은 모두 7명. 어린이집 근처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문제였다. 아직 유치원도 가지 않은 아이 7명을 보행신호 한 번에 모두 데리고 건너는 건 무리였다. A씨는 먼저 아이들 몇 명만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넌 후 다시 돌아와서 나머지 아이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A씨는 먼저 원생 5명을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남은 원생 2명에게 이렇다 할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 중에는 당시 만 2살이었던 B도 있었다.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는 동안 B가 차도로 나왔다. 바로 그 때 C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우회전을 시도했고, B가 그 차에 치었다. B는 골반 가장자리 골절 등으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이 일로 인해 어린이집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운전자는 B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합의했다. 경찰과 검찰은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그는 중간에 남겨진 원생 가운데 사고가 난 것으로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고 있었던 상황이라 B가 사고를 당했을 때 손 쓸 도리가 없었다는 것.
재판부의 판단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김세현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약식기소 액수와 동일했다. 김 판사는“방범용 CCTV, C씨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보면 A씨가 아동 2명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길에 남겨뒀다”며 “아동의 돌발적 행동, 갑자기 차량이 나타나 교통사고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데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육교사로서 야외 활동시 원생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