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이날 찾은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중대한 의료서비스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체 의사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전공의 대부분이 집단휴업(파업)에 돌입했지만 교수·임상강사 등이 대체인력으로 긴급투입돼 업무공백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현장을 취재해보니 호흡기내과의 경우 진료가 환자예약시간보다 60분가량 지체되는 정도였다. 기타 진료과목에서는 환자들이 10~20분 정도 기다리면 예약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응급실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차질 없이 정상 운영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도 예약한 시간보다 30분~1시간은 기다린다”며 “전공의가 맡은 역할을 교수나 펠로(임상강사)가 대체했기 때문에 의료 공백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많은 방문객으로 붐볐지만 평소보다 더 혼잡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형외과 진료를 보러 온 조모씨는 “전공의들이 파업한다고 해서 진료대기 시간이 꽤 길어질 줄 알았는데 평소처럼 30분 정도만 기다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전공의 1만3,571명 가운데 69.1%인 9,383명(7일 13시 집계기준)이 연가를 내고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들은 대개 진료를 보조하거나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으며 ‘치프’로 불리는 레지던트 4년차의 경우 직접 환자 진료를 맡는다. 전공의 역할은 교수나 전문의 자격을 딴 임상강사가 대체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간호사들이 돕는 만큼 하루 파업은 실제 병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인력까지 파업에 동참하며 걱정이 컸던 중환자실 등도 마찬가지다. 서울 대형병원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는 “펠로가 어지간한 업무를 다 보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전공의가 없어도 큰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파업이 이번 일회성 집단행동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정부당국과 병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추산 6,000여명의 전공의가 모여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및 한방 첩약 급여화 정책 등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대전과 광주 등 전국 8곳에서도 지역별로 집회가 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집단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4일 동네 병원이 집단 파업에 나서고 2차·3차 파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자칫 중환자 및 응급환자 대처에 차질이 생기는 등 중대한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임진혁·이주원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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