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 ‘비수구미 생태길’은 해산터널 입구와 비수구미 마을을 연결한다. 비수구미는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화전민들이 정착한 마을로 외부로 이어진 길이라고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6㎞ 남짓의 비포장도로가 전부인 탓에 국내에서 손꼽는 오지로 알려져 있다. 길은 비수구미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과 맑은 계곡 물이 걷는 내내 함께한다. 해산터널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내내 내리막길이어서 큰 힘 들이지 않고 유유자적 걸을 수 있다. 생태길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차를 이용해 해산터널 입구의 휴게소로 이동한 뒤 코스를 왕복하는 게 가장 좋다.
강원 인제 ‘둔가리약수숲길’은 홍천군에 위치한 삼둔(달둔·살둔·월둔)과 인제군에 위치한 4가리(아침가리·적가리·명지가리·연가리)를 약수로 잇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중 1코스인 서바수길은 강원도 오지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총 16㎞ 숲길 구간이다. 인제 8경 중 하나인 내린천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와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용포교를 건넌 후에 이어지는 방태산길은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현리터미널로 돌아갈 때는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내린천이 내려다보이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어가는 것도 좋다. 터미널을 벗어나면 편의점도 없으므로 미리 식수나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대전 계룡산국립공원 탐방로 ‘수통골 코스’는 수통골분소에서 출발해 섶다리, 쉼터, 저수지, 가리울위삼거리 입구, 도덕봉 입구를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1㎞ 남짓의 순환형 길이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산과 계곡·저수지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짙어진 녹음과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걷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운데다 전 구간이 평지로 이어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코스 반환점인 저수지는 탁 트인 풍경과 저수지 쪽으로 비친 산새의 반영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순환형 길이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한쪽으로만 길을 돌 수 있다.
내륙의 오지라 불리는 경북 청송의 제1경은 주왕산이 아닌 신성계곡이다. 신성계곡에는 안덕면 신성리에서 고와리까지 맑은 천을 따라 ‘신성계곡 녹색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신성계곡 녹색길은 세 가지 코스로 나뉘는데 그 중 3코스는 4.7㎞ 길이로 1·2코스에 비해 인적이 드물고 신성계곡의 정수로 꼽히는 백석탄계곡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기 좋다. 1급수 어종인 꺽지와 다슬기가 서식하는 길안천의 물길을 따라가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백석탄 계곡을 만나볼 수도 있다. 버스가 하루 3대밖에 없어 미리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는 게 좋다.
경남 거창의 ‘감악산 물맞이길’ 1코스는 남상면 매산마을의 평화로운 전원 풍경과 풍성한 농작물로 가득한 논밭, 그리고 가람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매산마을로 들어서기 전 대도암은 소원을 빌고 돌을 들어 올렸을 때 돌이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신비의 바위다. 수려한 풍광과 함께 코스를 걷는 내내 들려오는 맑은 계곡 물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칠월칠석 때마다 선녀들이 놀다 갔다는 전설 속 선녀폭포를 만나볼 수 있다. 코스 종점인 사찰 연수사의 ‘물 맞는 약수탕’은 신라 헌강왕이 이 물로 병을 치료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버스가 많지 않으므로 시간 확인은 필수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