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짓는 4공장은 규모 면에서 종전 기록을 모두 깨뜨렸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최대 규모 단일 공장은 2017년 가동을 시작한 18만리터 규모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인데, 4공장은 이보다도 42%나 더 큰 25만6,000리터다. 건설비용 역시 3공장(8,5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1조7,400억원을 들여 첨단 설비와 자동화 공정을 갖춘다.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 매입비용까지 이번에 밝힌 전체 투자액은 2조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부터 9년간 쏟은 2조1,000억원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자다.
4공장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생산규모는 62만 리터로 뛰어올라 세계 전체 위탁생산(CMO)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과 스위스 론자(26만리터) 등 경쟁사들도 한참 따돌린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개발한 세포주 ‘에스초이스’를 통해 경쟁업체 대비 세포주 개발 기간을 1개월 단축하고,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생산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속도나 가격 면에서 다른 위탁개발(CDO), CMO 기업을 압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공장 가동 3년 만에 다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고성장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만든 환경변화, 반도체 초격차를 만든 삼성그룹의 DNA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암, 자가면역질환,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잇따르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제품 시장은 연평균 8% 이상, CDO·CMO 시장은 연 16% 이상의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생산시설을 다원화하고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시설 선점경쟁이 벌어지며 CMO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이런 영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2.5배에 달하는 1조8,00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지금은 시장이 좋더라도 언제든 불확실성이 찾아올 수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생산시설을 늘려놓은 뒤 일감을 더 따내지 못하면 천문학적 고정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밝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공장 건설은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 등 또 다른 숙제를 낳는다. 4공장 임직원만 1,800여명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국내 바이오산업 인력 저변은 여전히 빈약하다. 김 사장은 “신입 직원들에 기본 기술과 생산 경험을 쌓을 전문인력양성센터가 필요하다”며 “송도는 셀트리온까지 포함해 압도적인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도시인 만큼 인천에 센터가 위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를 대부분 유럽에서 들여오는 만큼 이를 국산화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논란 관련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점도 ‘K-바이오’ 도약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53조원을 웃돌며 모회사 삼성물산(20조원)을 2.5배 이상 웃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의혹은 사실상 설득력을 잃었다”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내린 만큼 ‘K바이오’의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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