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0월4일 밤 미국 워싱턴DC의 소련대사관에서는 ‘국제 지구물리의 해’를 기념하는 세계 과학자들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소련의 한 과학자가 술에 취해 “우리는 1주일이나 한 달 후에 인공위성을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행사장에 있던 기자가 회사의 연락을 받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게 정말로 올라갔대요!”
당시 소련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스푸트니크(Sputnik)’는 러시아어로 ‘길동무’ 혹은 ‘동반자’라는 의미다. 같은 해 11월과 12월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와 3호 발사에도 성공했다. 스푸트니크 2호에는 최초의 우주견 ‘라이카’가 탑승해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를 지구로 전송했다. 엄청난 충격 속에 미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듬해 설립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대표적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기술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주자의 기술에 충격받는 상황)’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일찌감치 우주 개발에 나섰던 소련이 매번 앞서 갔다. 처음으로 달까지 날아간 인공위성(1959년 루나 1호), 인류 최초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1961년 보스토크 1호)은 모두 소련이 쏘아 올린 것이다. 미국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후에야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공식 등록을 선언했다고 한다. 백신의 이름은 ‘스푸트니크 V’로 지었다.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성공 스토리를 잇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1단계 임상만을 끝낸 상태로, 백신 시판 전 안전성을 점검하는 최종 관문인 3차 임상은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과거 지구촌을 흥분시켰던 스푸트니크처럼 효능도 좋고 안전성도 검증된 코로나19 백신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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