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역대 최장의 장마가 이어지면서 8월 성수기의 절반을 날려버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이제 사람보다 비둘기가 더 많다는 자조까지 나올 지경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은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8월 초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비로 한강공원 상인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집중호우 피해로 지난 3일부터 열흘 동안 폐쇄됐다가 13일부터 부분개방됐지만 주말 동안 집중호우가 다시 쏟아지면서 3일간의 황금연휴 장사까지 망쳐버렸다.
장마기간에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마치 갯벌을 방불케 했다. 한강변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고 한강에는 흙탕물이 흘렀다. 광장에 위치한 ‘I·SEOUL·U’ 조형물은 ‘U’자가 유실된 듯했다. 강변에는 관광객 대신 비둘기 등만 보였다. 중간중간 자원봉사자들과 인부들만이 공원을 청소하고 있었다. 사람보다 비둘기가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부분개방 이후 비가 잦아들면서 흐린 날씨에도 시민들이 조금씩 공원을 찾는 듯했지만 집중호우가 예보된 14일 밤에는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몇 주 전까지 돗자리를 팔던 상인들은 장마기간에 자취를 감췄다. 노점상들도 대부분 셔터를 내린 모습이었다. 배달음식 전단지를 나눠주던 아주머니들도 긴 장마에 장사를 아예 접었다. 유일하게 노점상 문을 연 유팔례 할머니도 “몇 주째 장사가 안 된다”며 “요즘 하루에 1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비가 와서 치킨을 시켜먹기보다는 그냥 과자 정도만 먹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원 입구에서 치킨 장사를 하는 B씨는 “치킨을 하루에 한 마리 정도만 튀기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름철에 자주 보이는 한강 자전거와 오리배도 장마기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한강 자전거는 천으로 덮여 있었고 오리배 50대는 나란히 묶여 선착장에 정박돼 있었다. 자전거대여소 직원은 “이런 날씨에 누가 자전거를 타러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리배를 운영하는 C씨는 “오리배가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올해는 특히 장마가 길어서 장사를 오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의 기나긴 장마는 끝났지만 한강공원 상인들의 걱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마가 끝난 16일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데 이어 이날 기상청은 서울 전역을 폭염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일최고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실제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3일 오후3~4시께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 근처에는 텐트만 7~8개 정도 쳐져 있던 반면 폭염주의보가 해제돼 비교적 선선했던 다음날에는 돗자리를 펼친 시민들이 30~40명가량 눈에 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도 상인들에게는 걱정이다. 상인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서울시가 보상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장마기간 등에 장사를 하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입찰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피해보상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