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많다’는 의미다. 불교에서는 ‘덕이 광대하여 다함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직역하면 ‘무진(無盡)’은 다함이 없다는 뜻이고 ‘장(藏)’은 창고이므로 ‘다함이 없는 창고’라는 뜻이 된다. 무진에는 ‘잘 융화되어 서로 방해함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전라북도에서 ‘무진장’이라 하면 무주·진안·장수 세 고장을 합쳐 이르는 말이다.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고도가 높아 ‘남한의 개마고원’으로도 불린다. 그중에서도 손때가 가장 덜 묻은 장수군의 계곡들을 둘러봤다.
장마도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인적 드문 곳으로 피서를 갈 이들을 위해 소개할 곳은 장수군 방화동계곡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발고도 400~500m에 이르는 장수는 남부지방은 물론 중부에서도 강원 고지대를 제외하면 기온이 가장 서늘한 지역이다. 겨울에는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많고 여름에도 저지대에 비하면 3~4도 정도 낮다. 막바지 피서를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장수군을 대표하는 피서지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방화동계곡이다. 이곳에는 휴양림도 함께 조성돼 있다. 방화동 자연휴양림은 지난 1988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가족 단위 휴양림으로 장안산 남쪽 기슭 용림천 상류에 위치해 있다.
방화동 휴양림은 총면적 101㏊로 상당히 널찍해 요즘처럼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 언택트 피서지로 추천할 만하다. 휴양림 안에는 오토캠핑장과 산림문화휴양관·단독산막·자연학습장·삼림욕장·전망대 등이 있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여름휴가를 나기 좋다.
휴양림 안에는 산봉우리 위에서 100m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도 있다. ‘방화폭포’라는 이름의 이 폭포는 산 아래 계곡물을 양수기로 끌어올려 쏟아붓는 인공폭포다. 일정 수량을 유지할 수 있어 언제라도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방화동 휴양림을 다른 곳과 차별화시키는 것은 9㎞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다. 휴양림을 걸으며 탐방과 휴식을 함께할 수 있는데다 산림청에서 지원해 조성한 목재체험장 외에 북카페까지 있어 물놀이를 하다 지치면 독서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휴양림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나타나는데 이곳을 경계로 방화동계곡이 끝나고 위쪽으로 덕산계곡이 시작된다. 하재룡 숲해설사에 따르면 임도가 끝나는 곳까지가 방화동 휴양림, 임도 위쪽으로는 덕산계곡이 시작되는데 “이곳에서는 숲과 계곡에서 음이온이 생성돼 트레킹을 하면서 삼림욕을 하기에 좋다”고 한다.
방화동 휴양림을 걷노라면 산새 소리가 끊이지 않고 다람쥐가 곳곳에서 출몰한다. 이는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극상림(極相林·식물사회 천이의 마지막 단계에 발달하는 궁극의 숲으로 구조적·기능적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이론적인 숲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 해설사는 “방화동 휴양림에는 극상림 지표종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활엽수인 서어나무가 소나무 등 침엽수와의 햇볕 빼앗기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며 “이 밖에 노각나무와 북한의 국화인 함박꽃나무도 자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 뒤에는 근처에 있는 승마체험장에 들러 말을 타보는 것도 좋다. 장수읍 노하리에 있는 3만1,631㎡의 승마레저파크에는 실외승마장·방문자쉼터·말전시장·방목장과 트로이목마의 형상을 FRP 소재로 만든 전망대 등이 있다. 기자가 가본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승마장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관리도 비교적 잘돼 있는 편으로 이곳을 찾는 승마 동호인과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지금은 임시휴장 중이니 나중에라도 방문하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을 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글·사진(장수)=우현석객원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