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인 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너도 운전할 수 있다”며 음주운전을 시켰다가 2명이 숨지는 사망사고를 내게 만든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이 남성은 “내 아들은 5살 때부터 운전 가르쳤다”고 호기를 부렸다가 사망사고를 냈을 뿐 아니라 나란히 실형을 살게 되면서 여러 사람 인생을 망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이모씨와 10대 서모군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원심은 미성년자인 서군에게 징역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씨에게는 무면허·음주운전 교사죄를 추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경북 경산시의 한 중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중 작년 3월 같은 식당에서 일하던 서군에게 함께 술을 마신 후 운전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군은 무면허 상태에서 이씨의 차를 몰고 가다 과속으로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해 2명이 숨지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이씨는 술자리를 옮기며 서군에게 “우리 아들은 5살 때부터 운전 가르쳤다”며 “너도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고, 서군이 운전대를 잡았다. 술자리 2차 장소에서 나오면서도 서군에게 “차를 가져오라”며 자동차 열쇠를 넘겼다. 서군이 이미 술에 취한데다 무면허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서군은 과속 상태에서 마주 오던 정모씨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이씨는 운전을 전적으로 서군에게 맡긴 상태였고, 서군은 이미 술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다. 이 사고로 정씨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3명은 각각 전치 6~14주의 중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리며 실형을 선고했다.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한 결과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서군에게 운전을 교사했으며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음주운전 습벽을 미성년자에게 전파하기까지 했다”며 “이 사고로 서군이 입은 손해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서군에 대해서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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