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뉴질랜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이틀 연속 거론하면서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이 나아 보이게 하려는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같은 곤경에 빠졌다는 식의 비교는 오도라고 지적했다.
WP는 미국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지난 몇 주 동안 주간 평균 신규확진자 수가 11%, 지난달 말 역대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30%가량 줄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다른 국가들과 오도하는 비교를 해 자신이 더 나아 보이려고 시도하는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WP는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은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이 같았다. 하지만, 한국은 즉시 광범위한 진단검사를 했고, 확산을 빨리 막았다. 뉴질랜드도 지난 몇 달 간 확산을 최소화하는데 성공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늘자, 이틀 연속 거론하면서 미국의 대응이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뉴질랜드에서는 큰 확산(big outbreak)이 있었다”면서 “다른 국가들을 내세우면서 우리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잘한다고 했는데, 이제 막 아주 큰 확산이 있었다”며 “그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연설에서도 뉴질랜드와 한국의 재확산 사례를 들며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미국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 뒤 “그들은 뉴질랜드에 관해 얘기한다. 뉴질랜드, 끝났다(It‘s over). 어제 거대한 발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끝났다. 어제 큰 발병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을 거론했다. 당시 그는 미국의 인구 대비 검사량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보다 많다며 “정부 노력 덕에 5월만 따져도 모든 주의 1인당 검사량이 한국의 지난 넉 달 검사량을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검사 수를 놓고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존스홉킨스의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뉴질랜드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명, 100만명당 1.9명이었고, 한국은 225명, 100만명당 4.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매일 100만명당 143.2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신규 확진자가 1명 발생할 때마다 미국에서는 5,221명이, 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1명 발생할 때마다 미국에서는 209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WP는 추산했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를 모두 합쳐도 미국에서는 그와 비교하면 200배로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미국으로서는 트럼프가 거론한 두 국가에서의 재확산과 같은 속도로 신규확진자 수가 늘어난다면 행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한국과 같은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을 때는 3월 10일, 뉴질랜드와 같은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을 때는 2월 22일로, 당시만 해도 미국은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WP는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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