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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 美에서도 통하는 우파코인? 혐오·음모론으로 수억원 버는 극우 유튜버

혐오발언·음모론 쏟아내며 우파 시청자 지갑 열어

플랫폼도 극우론자 영입으로 트래픽 올리기에만 집중

온라인 혐오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테러 낳기도

지난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에서 열린 임시 추모식에서 한 무슬림 예배자가 총격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최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주목을 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극우 유튜버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 기로에 선 지금도 이들은 ‘정부가 확진자 수를 조절하고 있다’에서부터 ‘특정집단을 탄압하기 위해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 등의 음모론을 퍼트리며 방역 당국의 노력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정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죠.

이런 현상이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지는 않은가 봅니다. 20일(현지시간) 타임지는 ‘극우와 음모론자들이 어떻게 온라인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용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내 극우세력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수십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음모론과 혐오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이 덕분에 손쉽게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일명 ‘우파코인’으로 불리는 현상이 미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미국에서의 우파코인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을까요. 타임지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는 아시안만 걸린다" 음모론으로 십수만달러 벌어들여
지난 2월 6일, 중국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던 의사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사망 소식이 뉴스에서 보도될 당시 미국의 극우 정치평론가인 22세의 닉 푸엔테스는 스트리밍 플랫폼 디라이브(DLive)의 ‘아메리카 퍼스트’ 채널에서 “내가 들은 좋은 소식은 당신이 백인이라면 이것에 걸릴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당신이 아시안일 경우에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우리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푸엔테스의 발언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의 방송의 수익성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라이브스트리밍 분석가에 따르면 푸엔테스는 디라이브 스트림에서만 14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지난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총기를 이용해 테러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 브랜턴 태런트가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총 51명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물론 이 같은 활동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푸엔테스만은 아닙니다. 소셜미디어 분석 웹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디라이브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낸 10명 중 8명은 극우 논객이거나 백인 민족주의 극단주의자, 음모론자였습니다. 푸엔테스 역시 이전부터 흑인 분리주의가 흑인들에게 더 좋았다고 주장하는 등 각종 음모론과 혐오발언을 일삼았고 이 때문에 주류 사이트에서의 활동이 금지된 극우이자 음모론자입니다.

혐오발언 제재하자 플랫폼만 옮겨…'나치 양성소' 되기도
타임지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봉쇄령이 내려지고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온라인에 접속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잘못된 정보나 음모론, 혐오발언을 하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는 겁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디라이브와 같은 사이트에서 50개 이상의 인기채널들이 코로나19가 가짜라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튜브와 같은 주요 플랫폼들은 자사의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극우·음모론자들은 디라이브와 같이 비교적 덜 유명하며 규제도 느슨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 여전히 방송을 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디라이브와 같은 플랫폼 역시 트래픽과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 같은 극우·음모론자의 계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익성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디라이브의 전직 직원 역시 “그들은 이들(극우·음모론자들)을 제거하는 것보다 좋은 숫자를 갖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텍사스 엘파소의 한 메디컬센터 주차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이 여성의 남편은 백인우월주의자가 벌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AP연합뉴스


플랫폼이 앞장서서 이들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트위치와 유튜브의 경우 생중계하는 이들의 수입에서 45~50%를 가져가는 반면, 디라이브 등의 플랫폼은 수입의 10%만 가져갑니다. 유튜버들은 이를 이유로 디라이브로 자리를 옮기고, 디라이브는 트래픽과 수입,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퓨디파이’로 잘 알려진 펠릭스 크젤버그가 디라이브와 독점 스트리밍 계약을 맺자 디라이브의 이용자 수는 두 달 만에 67%나 증가했습니다. 게임 유튜브에서 활동했던 크젤버그는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고, 이 때문에 디라이브로 옮기기 전 9만4,000여명이 그의 채널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에 동의하는 일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지난 8월 10일 밤 한때 디라이브의 상위 20개 채널의 시청자 1만5,000명 중 오직 176명만이 극우와 연계되지 않은 계정을 시청하고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이용자 대부분이 극우·음모론자의 방송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디라이브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새로운 플랫폼”이라거나 “문자 그대로 나치가 번식하는 곳”이라고 평가하며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이 낳은 혐오, 오프라인 테러로 연결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온라인의 우파 프로파간다에서 영감을 얻은 테러리스트들이 뉴질랜드와 독일에서 테러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기도 했죠. 미국에서는 극우언론과 온라인 음모론에 의해 과격화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폭탄을 보내 유죄를 받았으며, 다른 남성 역시 온라인에 인종차별 선언문을 올린 뒤 23명을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올 초 델라웨어의 클리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한 10대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한 결과 해당 계정에는 극우주의와 관련된 내용물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 층이 이들로부터 장기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경고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아이나 10대 청소년들이 학교 등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콘텐츠가 있는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이 연결된 이들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돈을 얻기 위해 음모론과 인종차별, 여성혐오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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