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이 1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 잠룡이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설 땅이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당 지지율이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차별화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무성 전 의원을 주축으로 모인 ‘마포모임’은 25일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초청해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김 전 의원은 국회를 떠나면서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전직 의원과 함께 마포모임을 결성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토론회도 특정 주자를 염두에 둔 행사는 아니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뒤 칩거하며 저서 집필에 몰두해왔다.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새 사무공간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여의도 정치’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는 정중동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잠룡군 중 유일한 원내 인사다. 하지만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야권 인사와의 만남은 자제하고 있지만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교류는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런 데는 김 위원장의 개혁 행보에 대한 세간의 이목 집중과 당 지지율 상승이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위원장이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야권 잠룡은 주목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목을 끌려면 김 위원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의 개혁으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단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서울경제와 만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선 1년 6개월 전인 올 11월에는 꿈틀거리는 대선주자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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