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 결과에 불복해 시위와 근로자들의 동조 파업이 지난 9일 대선 이후 2주 넘게 계속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관저에 도착한 뒤 직접 자동소총을 들고 내리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야권과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용을 포함한 강력한 무력사용을 경고하는 공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헬기에서 소총을 들고 내리는 영상 공개 |
올블랙 차림으로 헬기에서 내린 그의 왼손은 다름 아닌 자동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대기하던 경호요원과 대화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영상 속 모습은 시위대가 막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해산한 뒤. 시위 진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무력진압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목적의 영상 같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시위대가 경호부대의 총격 진압이 두려워 도망갔다” |
영상 속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정부)대응이 뜨거울 것을 알고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였던 시위대가 경호부대의 총격 진압이 두려워 도망갔다고 비아냥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수만명 집결…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경호부대와 대치 |
시위대는 시내 독립대로를 따라 행진한 뒤 독립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몸에 벨라루스의 독립을 상징하는 백색-적색-백색의 3색기를 두르거나 손에 꽃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 현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확성기로 해산을 종용했지만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지난 9일 실시한 대선 개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0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이기자 재검표와 선거 무효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2주 넘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26년 연속 통치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불법과 편법으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항의의 몸짓으로 풀이된다.
“서방세력이 시위를 부치기면 국론분열 조장 ” |
그는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인접한 그로드노를 방문해 시위 주동자와 조종자를 색출하라고 보안기관에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야권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정권교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서부 국경에 나토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서부지역 군부대에 지역방위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야당과 시위대는 퇴진 촉구를 2주 넘게 지속하고 이에 맞서 대통령은 직접 자동소총을 들고 무력 탄압을 시사할 만큼, 대선 결과를 놓고 시위대와 대통령 간에 벌어지는 벨라루스 내홍은 점점 악화일로로 치달는 모양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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