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주(州)에서 비무장 흑인이 어린 세 아들 앞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을 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노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 단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자 사람들은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고, 위스콘신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히며 현지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이 나라는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분노와 슬픔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즉각적이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총을 쏜 경찰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없애야 한다. 이는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에 따르면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는 전날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주택가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앞에서 블레이크가 문을 열기 위해 고개를 숙이자 그의 뒤로 따라붙은 경찰관이 그를 손으로 잡아끌며 최소 7차례 총을 발사했다. 특히 당시 블레이크가 타려던 차량에는 그의 세 아들이 타고 있었고, 어린 아들들이 아버지가 총을 맞는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현지 경찰은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었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총격 배경은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후 전 세계로 번진 반(反) 인종차별 시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에선 거센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24일 시위대는 사건 현장에 모여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경찰차를 부수는 등 강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커노샤 카운티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민주당 소속의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도 이날 커노샤의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을 보호하기 위해 125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에버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블레이크는 미국이나 우리 주에서 법 집행 요원의 총에 맞은 첫 번째 흑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 총격 사건에 인종 차별과 관련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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