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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있잖아]종택→양반가, 이축→옮겨짓기

⑪문화재 분야

부르는 이름이 어려우면 접근 자체가 막히기 쉽다. 문화재가 대표적이다. 문화재 명칭을 비롯해 해설 안내판까지도 어렵게 쓰였다는 점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지적한 바 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89호인 대전 동춘당 종택(宗宅)에서 한자어 종택을 ‘양반가’로 고쳐 쓰면 한결 이해가 쉽다. ‘이축(移築)’ 했다는 표현도 ‘옮겨 지은 것’이라고 바꿔쓰면 알기 쉽다.

국가민속문화재 228호인 강원도 태백의 태백산 천제단과 천왕단은 ‘적석탑과 석단들’에 대한 설명을 ‘자연석을 쌓아 만든 사각 제단이 있고, 이 위에 작은 비석이 올려져 있다’로 고쳐 적었더니 읽기 편해졌다.

어려운 문화재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도록 독려한 문화재청은 지난해 ‘문화재 안내판 정비사업·개선사례’에 대한 책자도 발간했다. 문화재 분야의 특성상 학술조사에 기댄 전문용어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해설 문구만이라도 최대한 풀어쓰는 것이 국민들의 이해를 높여 공감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그 태(胎)를 귀히 여겨 따로 모셨고 이렇게 봉안하는 곳을 ‘태실’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에는 이 태실을 ‘석함(石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자어인 ‘석함’이 어렵게 여길 수 있어 문화재청에서는 ‘돌로 만든 상자’로 풀어쓰기를 권고한다.



전북 고창군의 보물 제1200호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에 관한 설명에서는 ‘비결록’을 넣었다는 ‘감실’이 있다는 것을 ‘비밀스러운 기록이 숨겨져 있다’는 식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길지 않게 풀어썼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번역하는 경우에도 외국의 고인돌은 거대한 돌로 기념비를 조성한 ‘거석기념물(megalith)’ 성격이 강하지만 우리의 고인돌은 ‘무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소통의 수월성과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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