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호 태풍 ‘바비’가 지나간 황해남도를 시찰하며 최근 광폭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행사(10월 10일)를 앞두고 내세울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애민(愛民)’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 지역을 돌아보시며 피해 상황을 요해(파악)하시었다”며 “황해남도 당위원회 위원장 리철만 동지를 부르시여 도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으시었다”고 28일 전했다.
매체는 정확한 시찰 날짜와 시간을 비공개했지만 통상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활동을 다음 날 보도한 전례를 볼 때 김 위원장은 바비가 전날 황해도에 상륙한 이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태풍 8호에 의한 피해 규모가 예상하였던 것보다 적다”며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당 조직들과 일꾼(간부)들이 올바른 위기 대응 의식을 가지고 태풍에 의한 피해를 철저히 막을 데 대한 당 중앙의 지시를 접수한 즉시 예견성 있는 안전 대책들을 취함으로써 인명피해를 줄이고 각 부문별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치하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가 바로 서가고 위기대처 능력이 현저히 개선되어가고 있는 데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농작물 피해 복구와 관련 속도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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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농업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힘을 넣어야 한다”며 “농업과학 연구기관들과의 연계 밑에 농작물 피해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생육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수확고 감소를 최소한 줄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인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그들 속에 깊이 들어가 고락을 같이하면서 힘과 용기를 주고 성심성의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 당이 응당 해야 할 최우선 과업 중의 하나”라며 “당 중앙위원회 각 부서들을 황해남도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 복구 사업에 모두 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모두가 승리의 신심 드높이 피해복구 사업을 하루빨리 결속하기 위한 전격적인 투쟁을 벌려 당 창건 75돌을 자랑찬 노력적 성과를 안고 가장 의의 깊고 성대히 맞이하자”고 호소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전날 한반도를 지나간 바비로 인해 북한은 적지 않은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최대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가 이번 태풍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옹진, 태탄, 장연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포전들에서 강냉이(옥수수)대가 넘어지거나 꺾어졌다”며 “논벼잎이 상하고 콩포기들이 넘어졌고, 많은 비가 내려 일부 농경지가 침수되었다”고 밝혔다.
황해북도에서는 “수백 정보(1정보=3,000평)에 달하는 면적의 농작물들이 넘어지고 공공건물들의 지붕들이 날아났으며 나무들이 부러지면서 도로들이 차단됐다”고 한다.
수도인 평양과 인접한 평안남도의 경우 살림집(주택)들이 파괴되고 공공건물 철판 지붕과 기와들이 벗겨졌으며, 나무들이 넘어지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신문은 알렸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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