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건강이 악화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8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총리를 3연임한 아베 총리의 정치인생도 14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갑작스러운 총리 사임으로 일본 사회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에 갈등의 골이 깊은 한일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아베 총리는 28일 오후5시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달 상순에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확인돼 새로운 투약을 시작했다”며 “총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후 이달 24일 연속재임 일수 2,799일을 기록하며 최장수 총리가 됐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로 올 2·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환산 -27.8%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에 대한 불신이 큰 아베 총리가 사임함으로써 한일 간 국면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반면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후임 총리가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아베의 사임이 한일갈등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혁·박성규·김정욱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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